제주 토산초등학교 별빛 불빛 고운 토산학교마을도서관 이야기

 

 

더 이상의 나머지 학교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학교 앞 문방구도 없는 전교생 67명의 소인수 학교가 월요일 밤마다 온 가족이 야간도서관에 모여 책을 읽습니다. 바다 건너 제주도 토산초등학교 별빛 불빛 고운 토산학교마을도서관의 이야기입니다. 마을을 사랑하고, 학교를 아끼는 제주도 토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해는 어느덧 한라산을 넘고, 파란 가을 하늘은 별빛으로 물들어간다.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밤바다의 파도소리가 잔잔히 들린다. 매주 월요일 밤을 밝히는 별빛 불빛 고운 토산학교도서관이지만 9월 29일은 특별했다. 과수원 삼나무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학교 불빛을 쫓아 뚜벅뚜벅 이가을 선생님이 찾아오셨기 때문이다.

동그랗게 모인 책상에는 하루의 피곤함을 잠시 미뤄둔 토산의 어머니, 아버지, 아이들이 모여 앉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매주 월요일마다 온 가족이 책을 같이 읽는다는 얘기 듣고 왔어요.

흰머리를 단아하게 뒤로 묶으신 선생님의 말씀은 계속 이어진다.

여기에 오면서 토산초등학교의 학교살리기운동 이야기도 듣고, 별빛 불빛 고운 토산학교마을도서관 이야기도 들었어요. 이렇게 작고 예쁜 학교가 없어지면 안 되지요.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할 책은 『나머지 학교』예요. 『그 밖의 여러분』에서도 폐교 이야기를 하나 쓴 게 있어요. 이 책은 폐교된 학교를 보고 와서 썼어요. 학교 버스를 놓친 아이가 어떻게 하루를 지낼까 생각하면서 쓴 거지요. 제가 읽어드릴게요.

이가을 선생님의 책 읽는 소리가 주인공 채옥이가 되어 모두를 책 속으로 데리고 간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조용한 책읽기가 시작된다.

 

 

채옥아, 박채옥!

김달서 선생님이 다시 부르자 채옥이는 잠에서 깬 아이처럼 사방을 둘러보다가 교실 뒤쪽에 서 계신 선생님을 보았습니다.

채옥아!

선생님!

채옥이는 선생님에게 달려가 안겼습니다.

버스를 놓칠 때마다 이 학교로 와서 혼자 공부를 했니?

네, 아픈 것도 아니면서 결석을 하면 안 된다고 선생님께서…

그래그래, 잘 했다.

그리고 나머지 학교가 불쌍해서요.

그래. 우리 학교가 나머지 학교가 되었구나.

......

여기 우리 학교가 참 좋은데……

선생님과 채옥이는 국기 게양대 앞에 걸터앉습니다. 두 사람은 어두워질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마치 학교는 이제 나머지 학교조차 못 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이가을 선생님의 『나머지 학교』처럼 토산초등학교도 폐교 위기에 직면했었다. 2006년도에 1학년과 4학년이 복식학급으로 묶이는 위기에 처해졌다. 그뿐이 아니라 각종 교육 시설 설치에도 폐교될 학교라며 우선순위에서 제외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운영위원장님과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마을 사람들이 뜻을 합쳐 학교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학교가 없으면 마을에 젊은 사람이 살 수 없고, 그러면 점점 죽은 마을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학교운영위원장은 직접 망치를 들고 마을민박의 벽을 허물어 이주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데 앞장 섰고, 교직원들은 마을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 1년 만에 다시 6학급으로 회복된 것이다.

이러한 학교살리기 운동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바로 토산학교마을도서관이다. 2007년 11월에 (사)작은도서관을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이라는 단체에서 2,700권의 책을 기증하면서 시작되었다. 학교도서관이 학교마을도서관으로 바뀐 것이다. 마을 사람들까지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운영을 제안하여 학교에서 수용한 것이다. 주민들의 이용률을 높이고, 책 읽는 가족문화 정착을 위해 야간도서관을 열게 되었고, 그 이름이 바로 별빛 불빛 고운 토산학교마을도서관인 것이다.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학부모 독서 강의, 작가와의 만남, 인형극 공연, 도서관에서의 하룻밤, 개관1주년 기념행사, 독서논술 등 다양한 행사와 교육을 실시하여 지역주민과 학부모가 부담 없이 학교에 찾아올 수 있도록 하였다.

문턱 높아보이던 학교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선생님과 학부모와의 관계도 원만해졌다. 학교살리기 운동에 회의적이던 마을분들도 다양한 학교소식을 접하면서 학교살리기의 당위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점차 이러한 소문이 번지고 퍼져 (사)제주올레 서명숙 대표도 개관 1주년 행사에 참여하여 강의를 해주시고, 제주올레 홈페이지를 통해 별빛 불빛 고운 토산학교마을도서관과 학교살리기 운동을 적극 홍보해주셨다. 제14회 독서문화상 장관상을 받은 것도 성과물 중의 하나이다.

야간도서관의 가장 긍정적인 변화라면 바로 가족문화의 변화일 것이다. 저녁시간은 텔레비전 보는 시간이라는 틀을 깨고 온 가족이 도서관에 와서 책을 고르고, 읽는 문화가 정착하게 된 것이다. 마을의 변화도 생겼다. 월요일은 야간도서관을 운영하는 날이라는 인식이 생겨 월요일에는 마을 행사를 될 수 있는 한 실시하지 않게 된 것이다. 되려 행사가 있을 때에는 찾아가는 별빛 불빛 고운 토산학교마을도서관을 운영하였다. 마을 행사에 학교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주변 마을에서도 소문을 듣고 어떻게 운영하는지 보러 오는 알찬 도서관이 된 것이다.

 

좋은 도서관이라고 하면 좋은 시설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토산초등학교의 도서관은 초라하기만 하다. 도서관 공간이 없어 복도를 나눠 도서관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너무 작으니 도서관이라는 이름도 못 써 옥토문고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도서관이 작으니 서가 사이의 공간도 불편할 정도로 좁다. 도서관에 앉을 공간도 모자라서 교실에 가서 책을 읽어야 한다. 책들을 꽂을 데가 없어 귤상자에 넣어두기도 한다. 그래도 토산 사람들은 열심히 책을 읽는다. 시설만 좋고 활용 안 되는 도서관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도서대출을 비교해도 야간도서관 운영 이전과 이후가 세 배 차이다. 방학기간에도 운영하여 자연스럽게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였다. 없는 도서관이지만 나름 예쁘게 꾸미기 위해 바가지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어 꾸미기도 했다. 엄격한 도서 분류를 통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노력도 기울였다. 전교생 독서 말아톤을 실시하여 4학년 아현이는 42,195 완주를 하였다. 작고 좁은 것이 불편은 하겠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이가을 선생님의 책 읽어주기, 살아온 이야기와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금새 두 시간이 흘러 마무리를 할 시간이 되었다. 좋은 만남을 아쉬워하는 토산 가족들은 이가을 선생님과 함께 가족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언제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었던가 그런 생각이 든다.

 

끝마무리 이야기가 빠졌다. 이번에 학교에 경사가 있었다. 전남 영광에서 8명의 가족이 전학을 왔기 때문이다. 학교살리기 운동으로 고생하셨던 분들과 교직원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학교 후문에 붙어 있는 집 앞에는 아빠의 바지부터 엄마의 핑크빛 속옷, 무릎에 흙장난이 묻어난 아이들 바지, 아기 기저귀까지 여러 색깔의 빨래들이 춤을 춘다. 농촌이 비어간다고 전국이 떠들썩하지만 이곳은 거꾸로다. 집이 없어 더 이상 전학을 받을 수도 없을 정도다. 온가족이 다함께 책을 읽음으로써 가족 문화를 살리고, 학교를 살리고, 마을을 살린다. 이가을 선생님의 「그밖의 여러분」의 땡감 선생님과 아이들처럼 오늘을 있게 한 것은 묵묵히 어둠을 헤치고 도서관을 찾아준 모든 토산 가족들의 힘이다. 오늘도 토산의 밤은 별빛으로 가득차고, 도서관의 불빛은 곱기만 하다.

 

http://cafe.naver.com/libraryforpeople

네이버 까페 : 학교마을도서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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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선물

2009. 5. 28. 13:23 | Posted by 여성학도서관 오호호

<앵커 멘트>

갑자기 부모님에게서 책 한 권과 편지가 온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축제 기간인 한 대학교
에 아주 특별한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우한울 기자입니다.

<리포트>

축제가 한창인 대학컴퍼스.

부모님 편지가 담긴 책을 받아가라는 갑작스런 문자 메시지에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현장음> "부모님께서 보낸 책이고요. 여기에 부모님께서 보낸 편지 있거든요."

한자 한자 정성스레 쓴 부모님 편지를 읽다보면 입가엔 엷은 미소가 번지고, 가슴은 절로 훈훈해집니다.

<인터뷰> 윤기현(시스템경영학과) : "어머니께서 사랑한다는 말씀 잘 안하시는 분인데, 편지 속에서는 그런 말씀도 하시고..."

어머니는 편지에 동봉한 책 한 권에 행복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녹취> "항상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너도 더불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해..."

<인터뷰> 오세경(어머니) : "요새 좌절하는 젊은이들도 많고 그래서 뭐를 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데 이 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

오늘 행사는 대학과 학생회가 축제기간 독서 장려를 목적으로 기획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대학에 배달된 학부모 편지는 천통이 넘었습니다.

<인터뷰> 조은비(신소재공학) : "평소에는 항상 당연한 듯 같이 지내는 게 가족이잖아요. 새삼스럽지만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 좋은 기회였어요."

편지보다 이메일이 훨씬 익숙한 요즘 대학생들, 사람 냄새나는 편지를 접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 하루였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사회] 우한울 기자
입력시간 : 2009.05.19 (22:17) / 수정시간 : 2009.05.19 (22:29

 오랜만에 정말 훈훈한 기사였습니다. 책과 편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단어인것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학생회와 함께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Comment

  1. 하하하 2009.08.27 13:44

    정말 훈훈하네요~ 우리학교에서도 한번 시도해 보는것도 좋을거같아요^^

  2. 여성학도서관 2009.09.10 11:18

    네,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올렸답니다~~ ^^

110년 만의 반납, 32년 만의 반납

2009. 5. 25. 16:58 | Posted by 여성학도서관 오호호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사는 Dale Fenton Baird(83)씨는 그의 큰아버지 Mutt가 1899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남부의 브록빌 박물관 도서관에서 대출한 웹스터 사전을 대출한 지 110년 만인 4월 8일 반납했다.

110년 전에 베어드 일가는 브록빌 남서쪽 외곽 8km 지점에 있는 린 마을에서 미국 뉴욕주로 이주했다. 당시 도서관에서 빌린 웹스터 사전이 반납되지 못하고 미국으로 갔다가 이번에서야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도서관 측은 여러가지 사정을 감안해 연체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영국의 노스앤드 도서관은 최근 32년 전에 도둑맞은 책을 되찾았다. 포츠머스에 위치한 노스앤드 도서관 매니저인 Jelen Deacon(49)씨는 얼마 전 'Railways between the Wars'라는 책과 수표가 든 봉투를 배달받았다. 봉투 안에 든 익명의 편지는 '1977년 2월 인근에 위치한 폴스그루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지만 돌려주지 못했다'라는 내용이었다.

Helen씨는 "책을 돌려주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이렇게 보상하려는 용기에 감동하였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 편지에는 책을 함께 동봉했지만 책 상태가 양호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기부금을 보낸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책 반납이 연체될 경우 하루에 약 300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노스앤드 도서관의 규정에 따르면 연체료는 270만원 정도가 된다. 그가 보낸 수표의 정확한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야하는 벌금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도서관 측은 책이 많이 낡기는 했지만 열람실에 비치해 이용자들에게 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익명의 이용자가 보낸 돈은 포츠머스 시청의 도서 기금센터로 전달됐다.


                           [국회도서관보, 통권 359호 2009.05월호, p.105]

 도서 연체 문제로 이용자들을 접하게 될 때면 이 세상에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화를 내는 사람들, 수신거부로 돌려놓는 사람들, 그리고  너무나 미안해하며 반납을 약속하는 사람들...

때론 각종 짜증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내가 왜 이런 전화를 걸고있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어쩌다 반납된 책 위에 붙은 미안하다는 메모지라도 볼 때면 언제 그랬냐는듯 힘이 생깁니다. 이용자의 파워는 실제로 정말 대단하지요.

Comment

  1. 2009.05.26 13:16

    학교도서관에서 빌린 자료들이 가끔씩 연체될 때마다
    에이 하루에 30원밖에 안되는데 뭐. 라고 생각하고 쉽게 넘어가는데
    다른 사람이 이 책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 같은 것을 생각해보면
    제가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했는지 하며 반성이 듭니다.
    이 기사를 보니까 앞으로는 연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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