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류화를 향하여]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vs 로나크 자한 컬럼비아대 교수 대담
"우리가 무엇을 ‘안 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기업 투자·이주 여성 노동자 문제 연구 필요
성주류화 사업, 지속가능 프로젝트로 추진을

지난 9월 17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성주류화 이론과 실천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서는 케롤 바치(Carol Bacchi) 호주 에들레이드 대학 교수를 비롯해 로나크 자한(Rounaq Jahan) 컬럼비아대 교수, 앨리슨 우드워드(Alison  Woodward) 벨기에 브뤼셀 대학 교수, 마리온 뵈커(Marion Boekr) 독일 활동가 등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큰 관심을 모았다.

여성신문에서는 특별히 세계적인 성주류화 연구가인 로나크 자한 교수와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과의 대담을 마련, 국제사회의 새로운 성주류화 흐름을 파악하고 한국의 성주류화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2010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가입을 앞둔 상황이라 더욱 공감이 가는 대담이었다.

특히 선진국 사례를 통해 앞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시행 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 그리고 여성부와 한국여성정책이 어떻게 하면 성주류화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그 전략과 발전적인 역할에 대해 논의가 집중됐다. 
대담에 앞서 자한 교수는 “한국은 성주류화 정책을 다른 나라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이뤘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한국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고 이를 다른 나라에 많이 전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태현 원장 : 현재 한국에서는 성 주류화 전략의 도구로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 성인지 통계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실행하고 있는 성 주류화 도구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는가.

자한 교수 : 전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안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전략(툴)들이 각 지역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도구를 통한 총체적인 접근법이 좋지만 특히 어떤 곳에서 잘 되고 안 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나라별로 문화·사람에 따라 영역별로 어떤 틀에서 어떻게 잘되고 안 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개별적으로 필요하며 이에 대한 공유도 필요하다.

덧붙여 정부 관료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젠더 이슈가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알지 못하고 전문가를 찾고 있다는 점이 한계다. 예를 들어 인권, 환경에 있어서도 남녀 모두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젠더 문제에서는 여성 전문가만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남자들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동정심, 위안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김태현 원장 : 현재 한국사회엔 WID(Women In Development), GAD(Gender And Development) 그리고 성 주류화 논의까지 다양한 패러다임이 공존하고 있다. 이들의 상호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가. 또 성 주류화를 효과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한 교수 : 각기 점진적으로 진화한 개념이기 때문에 상호 같이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위민(여성)은 생물학적, 젠더는 사회적인 의미의 용어인데, 여성문제는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의 ‘위민’에서 ‘젠더’라는 용어로 변한 것이다.

생물학적인 정의가 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젠더는 변화가 가능한 것으로, 성 평등으로 가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용어다.

성 평등은 우리가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지만 아직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것을 위한 과정에서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성이 능력 함양(Empowerment)이 돼야 성 평등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이 ‘위민’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동시에 ‘위민 임파워먼트’라는 용어는 여성의 문제니까 여성의 역할만 바뀌면 되고 여자가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젠더라는 용어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우리가 지향하는 변화가 남녀 모두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이처럼 WID, GAD 그리고 성 주류화는 모두 연관관계에 있으며, 젠더라는 용어가 가져오는 접근법과 위민이 가져오는 접근법 모두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김태현 원장 : 한국은 30~40년 동안 압축적으로 성장했다. 수원국으로 개발원조를 받았지만 세계 유례없이 단시간 내 공여국이 됐다. 공여국은 수원국의 성 평등을 달성케 하는 역할로 빈곤 퇴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 평등 달성을 위한 우리의 수출전략은 성주류화 전략과 권한부여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선진 공여국과 수원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개발원조정책의 성 주류화 방안을 논하고자 한다. 공적개발원조(ODA)에서 성 주류화는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자한 교수 : 빈곤 퇴치에 있어 젠더는 중요하다. ODA 사업을 통해 수원국 남녀가 동시에 혜택을 받는지 혹은 차별을 받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ODA 사업을 예산을 분류해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디서 누구를 위해 쓰이는지 알 수가 없다. 만약 도로 건설에 사용될 경우, 트럭 운전 등 도로 건설과 관련된 일을 하는 남성이나 큰 기업체를 운영하는 남성 등 이득을 보는 사람은 모두 남성이다.

하지만 지방의 작은 도로 개선은 여성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모든 ODA 사업 단계별로 이러한 젠더 관점이 적용돼야 한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에서 도로 건설의 경우 기존의 임금 측정 방식이 얼마나 무거운 것을 날랐는가, 즉 무게와 개수로만 이뤄져 있어 여자는 구조적으로 불평등을 겪었다. 따라서 수의 문제가 아닌 시간과 같은 질을 함께 고려함으로써 여성들이 소외되지 않게 노력해 왔다.

또 하나는 자원 접근성과 컨트롤 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한 문제다.

아프리카의 경우 여자가 온갖 힘든 일을 하고 남성이 그 급여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의 접근성뿐만 아니라 자원통제에서도 성차별이 발생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젊은 여성의 경우 돈을 보관하는 법을 알지 못해 아버지, 오빠 등에게 이 권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여자들이 어떻게 보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메커니즘, 가령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이라든지, 최종적으로 자기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까지 지원해주어야 한다. 성평등과 빈곤 퇴치에 있어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김태현 원장 : 이 모든 것이 실행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변화시켜야 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여성부에서는 모든 부처가 성인지 평가 및 예산 등을 실행할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다. 국책기관으로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성인지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침서 마련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실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역할 수행에 있어 조언할 것이 있다면.

자한 교수 : ODA뿐만 아니라 일반 한국 기업의 투자 활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사기업을 보면 노동력이 싼 곳, 즉 싼 노동력에만 관심이 있다. 그 싼 노동력이 바로 여성이다. 일반 기업이 아웃소싱 형태로 외국으로 나갔을 때 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여성문제와 연계한 연구가 필요하다.

즉 한국 일반 사기업의 외국 투자가 여성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는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반드시 ODA 사업을 할 때에 성주류화 관점을 꼭 넣도록 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프로젝트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로, 한국 내 이주 노동자들 특히 여성 노동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모든 나라에서 이주 노동자가 처한 상황 중 여성의 경우가 매우 열악하기에, 한국에서도 이 문제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성 주류화란

성 주류화라는 용어는 성 평등과 여성의 세력화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이다. 자한 교수는 1990년 초반 주류화를 개념화하는 접근 방식을 두 가지로 구별했는데, 바로 ‘통합주의적(integration)’ 접근과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이다. 통합주의적 접근은 ‘기존의 개발 패러다임 안에서 젠더 이슈를 형성하는 것’으로 정의되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며 여성과 젠더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어젠다 세팅은 여성들이 의사 결정자로 참여함으로써 ‘기존의 개발 어젠다를 전환시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성 주류화 논의가 진행된 이후 통합주의적 접근과 어젠다 세팅 모두를 혼합하면서 발전돼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부터 성주류화 전략으로 성별영향평가제도, 성인지 통계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2010년부터 성인지 예산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성 평등 네트워크를 통해 공여국의 정책이 수원국의 성 평등에 기여하도록 원조의 양적·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공여국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시행 시 수원국의 성 평등을 위해 개발원조의 성 주류화와 여성의 세력화 사업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1950년생으로, 2008년 8월 13일 제12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가족학을 전공했으며, 취임 전에는 성신여자대학교 가족문화소비자학과 및 심리복지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OECD 세계포럼 준비위원회 위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인문사회과학분과 집행위원회 위원, 여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원장 취임 전에는 한국여성학회 회장, 한국가족학연구회 회장, 한국가족상담교육단체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여성복지론’ ‘현대가족복지’ ‘양성평등이 보장되는 복지사회’ 등에서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로나크 자한(Rounaq Jahan, 미국)

현재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 New York) 국제학과 교수로 미국과 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다카(Dhaka)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유엔 아시아태평양개발센터(APDC)에서 여성 관련 개발 프로그램 분야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스위스 국제노동사무국(ILO)에서는 지역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의 장(head)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Women for Women’을 설립하고, 동아시아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 Asia)의 자문기관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1049호 [특집/기획] (2009-09-25)
최지현 / 여성신문 기자 (christmas@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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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여성 연극 봇물
연극계가 결혼을 보는 다양한 시선
결혼·출산·육아 시리즈 공연
‘밤으로의 긴 여로’ 여성학적 해석
 
▲ ‘서른, 엄마’
가을 연극가에 결혼과 가족을 다루는 작품들이 많아 졌다.

우선, 예술극장 ‘나무와 물’이 결혼, 출산과 육아 등의 소재를 다룬 연극을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다. 10월 18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결혼 한 여자, 안 한 여자’는 페미니즘적 특성에 중점을 뒀던 1996년 초연 당시와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여성들의 진솔한 삶에 초점을 맞춘다. 10년 지기 친구인 두 여자의 삶을 결혼의 유무에 따라 조명해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면서 터놓지 못했던 내밀한 이야기와 비밀들을 공유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연극 ‘서른, 엄마’도 같은 시리즈 작품으로 9월 27일까지 아리랑 아트홀에서, 10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는 예술극장 나무와 물 무대에 오른다. 출산이 더할 수 없는 축복으로만 여겨지는 사회풍토 속에서 혼란함을 겪는 서른 살의 엄마의 고뇌를 담아냈다.

11월 1일까지 대학로 르메이에르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연극 ‘미스맘’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 여기서 ‘미스맘’은 ‘비혼모’와 비슷한 뜻으로, 결혼하지 않은 채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거나 입양해 기르는 여성을 말한다. 작품 제작진은 새로운 가족 형태가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이 여자의 이기적인 관념이나 여자에게 불리한 사회적·제도적 모순이라 말하지 않는다.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랑 때문에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작품 속에서는 남자의 잘못된 애정관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여성이 불행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들을 선사한다.

연극을 보고 여성학에 대한 강연도 들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도 있다.

명동예술극장은 두 번째 개관 공연 시리즈인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의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공연 기간 중 ‘화요강연 시리즈’를 개최하고 있다. 사실주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을 여성학, 영문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하게 분석해보는 시간이다.

22일부터 3주간 매주 화요일 오한숙희 여성학자, 이화여대 강태경 교수, 김혜남 정신과전문의 등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 세계를 분석하고 작품이 지닌 여성학적 매력을 재해석해 들려준다. ‘밤으로의 긴 여로’는 20세기 미국의 대표작가 유진 오닐의 자전적 희곡으로 국내에서는 1962년 이해랑씨 연출로 드라마센터에서 초연됐다.

▲ ‘결혼 한 여자, 안 한 여자’
이 외에도 지속적인 인기를 끌어온 ‘버자이너 모놀로그’와 ‘친정엄마와 2박3일’도 여성 관객 몰이에 여념이 없다.

최정원, 전수경, 이미경 등 세 명의 아줌마 여배우들이 꾸몄던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지난 봄 지방공연 일정을 마치고 다시 서울 관객을 찾아왔다.

사회운동가이자 작가인 이브 앤슬러가 쓰고 연기한 이 작품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왜곡됐던 여성 성기에 얽힌 이야기를 다뤄 국내에서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전일 매진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의 흥행 연극으로 꼽히는 ‘친정엄마와 2박3일’은 26,27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찾는 데 이어 11월 15일까지 다시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간암 말기인 딸이 친정엄마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2박3일을 그린 연극으로 작가 고혜정씨와 연출 구태환씨가 호흡을 맞췄다. 특히 중년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1049호 [문화] (2009-09-25)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nin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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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빙자간음죄 ‘폐지’ 심판대 올라
간통죄 폐지논란 이어 사생활 과잉금지법 이슈화

여성부가 ‘혼인빙자간음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지난달 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여성부의 이번 의견서 제출로 간통죄 폐지 논란에 이어 개인 사생활에 대한 과잉금지법이 다시 한 번 이슈화되고 있다. 의견서에는 ‘여성을 의사결정 주체가 아닌 성적으로 종속된 존재로 보고 있으며, 여성을 비하하고 ‘정조’ ‘순결’을 우선시하는 관념에 기초한 것’이라고 폐지 이유를 밝히고 있다. 특히 여성부는 해당 법이 범죄의 객체를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로 한정하고 있어 남성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부녀’ 한정은 부녀를 미성년자·심신미약자 등과 같이 자신의 성적 의사결정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존재로 비하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성부의 이 같은 의견으로 혼인빙자간음죄는 물론이고 간통죄 등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법들에 대한 대대적인 재고가 일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측은 “기본적으로 이번 혼인빙자간음죄는 남녀 간의 신뢰와 책임을 국가의 형벌권에만 내맡겨 다른 실질적인 대안 마련과 인식 변화의 기회를 막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존엄과 성평등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역할을 도외시한다는 측면에서 간통죄 폐지 논란과 연관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두 법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소현 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은 “원칙적으로 위헌이든 합헌이든 헌재의 판결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합헌일 경우 혼인빙자 대상을 부녀로 한정하던 것에서 모든 사람들로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 위원은 혼인빙자간음죄가 과거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평등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성을 보호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존치됐지만, 지금 시대와는 다소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호주제 폐지 이후 달라지고 있는 재판부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헌재 판결에 어떻게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여성부의 이번 의견서 제출은 지난 7월 6일 헌법재판소에서 형법 제304조(혼인빙자간음죄) 위헌소원사건에 대해 헌재가 법무부와 여성부에 변론요지서 제출 등을 요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임모씨는 부모님께 인사를 시키겠다며 여자 회사 동료와 몇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가 혼인빙자간음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지난해 행복추구권과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 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헌재에서 10일 공개변론이 열렸다.

1047호 [정치] (2009-09-11)
최지현 / 여성신문 기자 (christmas@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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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 유엔 양성평등 시대 열다
"임기 내 유엔 고위직 여성 40% 할당" 천명
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의 양성평등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4일 192개국이 참가한 유엔총회에서 유엔 산하 여성기구들을 통폐합해 젠더 이슈를 전담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기구를 발족시키자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는 2006년 12월 취임식에서 밝힌 반기문 총장의 “유엔에서 여성 역할 강화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어서 말한 “상위직에도 훌륭한 여성을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의 의지는 이번 결의안 통과 직후 “남은 임기 동안 주요 고위직 여성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성명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부서장 평가 항목에 여성 직원 채용 비율을 새로 추가한 것에 이은 조치다. 남녀 구성 비율 ‘50 대 50’으로 가시화될 양성평등 유엔을 향한 개혁 행보가 가속화된 것이다.

이 같은 반기문 총장의 공식 입장 표명으로 유엔의 양성평등 인사정책이 한층 힘을 받게 됐다. 한석란 유엔개발계획(UNDP) 양성평등국 국장의 말처럼 “UNDP의 경우만 해도 고위직의 70%는 남성, 하위직의 70%는 여성이 차지하는” 현실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반 총장의 혁신적인 인사정책은 취임 직후부터 차근차근 진행돼 왔다.

그는 우선 행정운영담당 사무차장, 대변인, 사무부총장에 여성 3명을 연달아 임명했다. 이후 유엔 내 ‘여성’ 사무차장이 현재의 9명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엔 출범 이래 처음으로 유엔 사무국 법률부서의 장을 여성으로 임명했고, 국제연합국(PKO)에선 반드시 여성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도록 강제 조치를 취했다. 특히 올해 8월, 아프리카 분쟁 지역 내 성폭력 종식을 위해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면서 “여성인권 보호를 위한 고위직을 유엔 내에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역설했다.

새롭게 통합될 여성기구 탄생을 결정한 이번 결의안 역시 그의 평소 인사정책관과 여성역할 강화에 대한 소신과 맥을 같이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에 통과된 결의안엔 2007년 여성환경발전기구(WEDO) 총괄로 전 세계 162개 여성단체가 제시한 유엔 내 근본적인 ‘여성’ 개혁을 위한 주장들이 대부분 반영됐다. 내년 출범할 새로운 여성 총괄기구는 수장을 유엔 내 서열 3위인 사무차장급으로 하기로 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이렇게 되면 여성개발기금(UNIFEM), 사무총장 여성특별보좌관실(OSAGI) 등 기존 여성 기구보다 훨씬 강력한 파워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기고한 칼럼에서 “여성폭력에 맞설 가장 강한 무기는 지도자의 정치적 의지”라고 피력한 반기문 사무총장. 양성평등한 인사정책, 이를 통한 양성평등한 유엔을 향해 2006년부터 꾸준히, 또박또박 추진해온 일관된 정책들은 그의 정치적 의지 역시 성 인지적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래서 유엔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청와대 개편과 일부 부처 장관 교체에서 여성이 무심할 정도로 소외된 결과를 보며 우리의 가까운 미래가 어떤 색깔일까 생각하니 새삼 착잡해진다.
1048호 [정치] (2009-09-18)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pleu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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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네마 여행’으로 휴가 후유증 달래볼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뉴미디어페스티벌…여성영화 프로그램 제공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여성영상집단 ‘움’, 연속 상영회 개최 중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파두의 전설 아말리아’, ‘무형문화제 82호를 찾아서’ 감독 엠마 프란츠, 영화 ‘드림업’, ‘베토벤 악보 대소동’의 감독 카롤라핫토프.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여성 시네마 여행’으로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음악 팬들 사이에서 공연만큼이나 인기 많은 축제가 바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다. 호반의 도시 충북 제천에서 감미로운 음악과 낭만적인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이 영화제에서 보물 같은 여성 감독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우선 국제경쟁 부문에 출품한 서른 살의 한 여성 감독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김효정 감독은 박성용 감독과 함께 ‘춤추는 동물원’이라는 작품을 통해 청춘남녀의 연애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2005년 단편 ‘토끼와 곰’을 발표해 미장센, 런던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김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기도 하다.

호주에서 17년 경력의 재즈가수로도 활동 중인 엠마 프란츠 감독은 한국 무속인 김석철의 연주에 반해 사사받기 위해 열일곱 번째 한국을 찾은 호주 출신의 드러머 사이먼 바커의 이야기 ‘무형문화제 82호를 찾아서’란 작품을 내놓았다. 전 우주적인 언어이기도 한 음악이 가진 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영화로, 엠마 프란츠의 첫 연출 작품이다.

‘시네 심포니’라는 섹션의 ‘클라라’는 유명 음악가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인 클라라 슈만의 이야기를, ‘파두의 전설 아말리아’라는 슬럼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포르투갈 최고의 파두 가수인 아말리아 로드리게즈의 삶을 그렸다. 살사라는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린 전설적인 가수 셀리아 크루주의 삶과 업적을 보여주는 ‘살사의 여왕 셀리아 크루주’, ‘아프리카 목소리 유쑨두’를 발표한 후안 라구나 작품 등 다양한 여성 관련 영화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13일 개막하는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개막작인 ‘솔로이스트’를 비롯해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시네심포니, 뮤직 인 사이트, 주제와 변주,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등 총 9개 부문 35개국 8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지난 4월 11회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1년 내내 여성영화제의 문을 활짝 열어놓기 위해 ‘찾아가는 여성영화 상영회’를 개최하고 있다. 부산, 금산에서 이미 개최된 이 상영회는 오는 22일에는 구로아트밸리에서 영화제 때 실시한 이주 여성 제작 워크숍 작품 중심으로 행사를 연다. 이어 10월까지 매달 이주 여성과 가족, 청소년, 노인 여성, 장애 여성과 가족 등 다양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인천, 아산, 부천 등지에서 양성평등의식 확산을 위한 ‘찾아가는 여성영화 상영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여성영상집단 ‘움’은 ‘지역여성영화 오이오감’ 상영회를 전국에서 열고 있다. ‘오이오감’(cafe.naver.com/oh253)은 제주, 전주, 수원, 대구, 서울 5개 지역의 여성 감독들이 ‘비혼여행’ ‘나, 내 친구 경숙이’ ‘여성인물잔혹사’ 등 여성을 주제로 제작한 5편의 옴니버스 영화다. 지난 7월에는 전주, 창원, 인천 등에서 상영회를 열었으며 8월에는 천안, 대구, 수원, 전주 등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도심에서는 뉴미디어 영상예술의 거장인 ‘페기 아훼시(Peggy Ahwesh)’의 회고전을 만날 수 있다.

홍대 곳곳에서 열리는 뉴미디어페스티벌 기간에 열리는 이 회고전은 8일까지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열린다.

뉴욕 바드 칼리지(Bard College) 교수로 재직하며 프랑크푸르트, 로테르담, 바르셀로나 등 여러 도시에서 전시 및 상영회를 개최해온 페기 아훼시는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 역사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펑크 문화와 페미니즘을 바탕으로 30년 넘게 급진적인 문화운동을 펼쳐온 미국의 대표적인 실험 미디어 작가이기도 하다. 
김연정 프로그래머는 “변함없이 전복적인, 때론 충격적이기까지 한 그녀의 에너지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인 이번 회고전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록페스티벌의 열기는 록밴드를 소재로 한 영화 ‘드림업’이 이어간다. 여성 듀오 알리 앤드 에이제이(Aly&A.J) 멤버인 앨리슨 미칼카가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샬롯’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평범한 10대들이 록음악으로 의기투합해 꿈의 음악대회 ‘밴드슬램’에 출전하면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오는 27일에 만날 수 있다.
채혜원 기자 · 양서연 인턴기자(홍익대 불문4) nina@womennews.co.kr
1042호 [문화] (200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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