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고른 것은 교회 목자님의 추천이었는데요.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던 거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성주씨는 재벌가의 막대딸임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인 집안의 탈피하고, 주어진 안락한 길을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면모에서 같은 여성으로써 자부심과 동경을 읽는 내내느꼈습니다.

단순히 좋은 집안과의 결혼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 연모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백화점 말단 직원도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과연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단순히 김성주의 젊은 시절이 아닌 한국 사회의 만연한 모순과 청산해야 할 과제들을 비교적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땅에 여성으로 태어났기에 갖는 따가운 시선들 그리고 여기에서 만연해서 이제는 흘려가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비리 이야기들 김성주가 뒷돈 거래를 하지 않기 위해 제조업에서 당한 시련들을 보여 그저 허허 웃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고등학교 때 기출 문제로 많은 있었던 두 갈래의 길에 관한 시가 생각납니다.

아무도 가지 않았기에 그 길에 있는 시련을 감수 하고서도 길을 만들기 위해 먼저가는 자세 그 자세가 이 책에서 말하는 바인 거 같습니다.

제목처럼 김성주씨는 뒷돈 거래를 하지 않았기에 한국의 아름다운 왕따(!)였습니다. 착한 사람이 바보가 되어야 하고, 정도를 지키는 세상이 왕따가 되는 세상이 참 시니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바꿀어 할 과제가 있기에 우리 인생이 더욱 아름다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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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읽을 만한 책]

2009. 7. 28. 14:52 | Posted by 여성학도서관 오호호

 

‘8월의 읽을 만한 책’선정, 발표

-『손가락이 뜨겁다』등 분야별 도서 10종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9년도‘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손가락이 뜨겁다』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발표했다.

 

2009년‘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바위덩어리처럼 견고한 이 세계에 열렬한 깊은 숨을 불어넣는 채호기 시인의 아름답고 간절한 구애의 시편들이 담겨 있는 『손가락이 뜨겁다』(채호기, 문학과 지성사)를 비롯해, 중국 55개 소수민족들의 생활 풍습과 노래를 통해 고대 신화의 원형을 제시하고 있는 『중국 소수민족 신화기행』(김선자, 안티쿠스), 디지털 시대 신인류의 도래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는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윤종록, 생각의나무), 단순히 보고 듣는 여행이 아닌 체험을 통해 여행지 사람들의 삶을 배울 것을 충고하는 『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앨리스 스타인바흐/김희진, 웅진지식하우스) 등이 선정되었다.

위원회는 문학, 역사, 아동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을 위해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2009년‘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된 도서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http://www.kpec.or.kr)의 웹진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8월의 읽을 만한 책

번호

분야

도 서 명

저/ 역자

출 판 사

발 행 일

추천자

1

문학

손가락이 뜨겁다

채호기

문학과지성사

2009.06.05.

신경숙

2

역사

중국 소수민족 신화기행

김선자

안티쿠스

2009.06.22.

이덕일

3

철학

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

에두아르 쉬레/ 진형준

사문난적

2009.07.02.

김상환

4

정치

청와대 vs 백악관

박찬수

개마고원

2009.07.03.

손호철

5

경제

경영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

윤종록

생각의나무

2009.07.07.

이준구

6

사회

사회의 재창조

조너선 색스/ 서대경

말글빛냄

2009.06.15.

김문조

7

과학

기후, 예고된 재앙

디디에 오글뤼스텐느 외/ 박수현

알마

2009.07.07.

장경애

8

예술

이미지 시대의 역사 기억

남수영

새물결

2009.05.29.

김춘미

9

교양

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

앨리스 스타인바흐/ 김희진

웅진지식하우스

2009.07.08.

이한우

10

아동

침대 밑 그림 여행

권재원 글, 그림

창비

2009.07.01.

엄혜숙, 이상교

 

좋은책선정위원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엄혜숙 (아동도서 연구가)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

이상교 (아동문학가)

김춘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한우 (조선일보 기자)

신경숙 (작가)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위원)

[ 8월의 읽을 만한 책 추천사 ]

손가락이 뜨겁다

채호기 / 문학과지성사

2009.06.05 / 179쪽 / 7,000원

채호기 시인은 이미 ‘수련’ 연작들을 통해 이미 탐미적인 한 세계를 이루어낸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언어 자체의 의미를 추구하며 구애자처럼 시를 쓰는 시인이다. 안타깝게도 그의 구애는 닿을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것이어서 강렬한 이미지를 형성하지만 그럴수록 그 세계는 영원히 부재중일거라는 텅 빈 고독을 동반한다.

맑은 물 아래 또렷한 조약돌들/ 당신이 보낸 편지의 글자들 같네./ 강물의 흐름에도 휩쓸려가지 않고/ 편안히 가라앉은 조약돌들/소곤소곤 속삭이듯 가지런한 글자들의 평온함 /그러나 그중 몇 개의 조약돌은/물 밖으로 솟아올라 흐름을 거스르네./세찬 리듬을 끊으며 내뱉는 글자 몇 개 /그게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겠죠

- 「편지」 중에서 -

위에 인용한 시와 같이 시집을 열면 우리가 어느 결에 잃어버린 말과 열정과 사랑의 숨소리가 내면은 격렬하나 표면은 나직한 물살처럼 흘러가고 있다. 이 시집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강물처럼 여겨지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메시지가 아니라 순수하게 언어 자체만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당신, 보이지 않는 당신, 나만 아는 당신, 속으로 깊숙이 전진해 들어가는 시편들을 따라가는 일은 사랑한다, 라는 말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사랑한다 당신을/ 당신을 껴안는다/ 당신은 없다/ 백지위에/ 당신/이 남았다./당신/을 떼어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쓰다듬었다/ 동글동글하고 말랑말랑한 당신

- 「당신」 중에서 -

이 불타오르는 여름날, 이 아름다운 시의 에로스를 수혈 받을 수 있다면 거칠고 포악한 것들을 동글동글하게 바꿔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바위덩어리처럼 견고하게 굳어진 이 세계를 너무 단순화시키는 일일 것이다. 그래도 이 아름답고 간절한 구애가 그 견고한 세계의 어느 한 귀퉁이에 이 열렬한 깊은 숨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시편들이 뜨겁게 꿈틀거리고 있는 시집이다.

- 추천자 : 신경숙(작가)

중국 소수민족 신화기행

김선자 / 안티쿠스

2009.06.22 / 448쪽 / 21,000원

『중국 소수민족 신화기행』은 영토로는 전 중국의 63% 이상을 차지하되 인구수로는 9%가 채 되지 않는 55개 소수민족들의 신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크게 귀주성, 운남성, 티베트, 신장, 만주, 광서성 여섯 지역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오래된 노래를 통해 고대인들의 상상력이 담겨 있는 신화의 원형을 제시한다. 신화 탐구서지만 그 어느 여행서보다 흥미진진한 중국 오지 여행 가이드북이기도 하다. 저자는 2007년에 출간한 『만들어진 민족주의-황제신화』에서 중국이 ‘중화문명탐원공정’ 등으로 신화였던 황제를 실존인물로 만드는 이유가 중국 내 소수민족은 물론 한국, 일본 등의 민족까지 황제의 자손으로 만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중국 소수민족 신화기행』은 한족(漢族)들이 만드는 이런 정치적인 지배이념에 대해 소수민족들의 오래된 신화로 대답하는 듯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소수민족이지만 그들의 노래와 신화 속에는 유쾌함과 결코 좌절하지 않는 생명력이 있다고 말한다. 자연을 정복하거나 대립하는 대신 자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것이 소수민족들의 철학임도 전해주고 있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의 시작을 황제(黃帝)와 치우(蚩尤)의 싸움으로 서술했다. 패배한 치우족의 한 무리는 동북으로 가서 동이족이 되었고, 다른 한 무리는 남방으로 가서 묘족(苗族:마오족)이 되었다. 명나라가 자신들의 지배에 복속하는 숙묘(熟苗)와 그렇지 않은 생묘(生苗)를 분할 통치하기 위해 귀주성에 남방장성을 쌓은 것은 고대 진나라가 동이족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은 목적과 같다. 명사수가 무서워서 숨어 버린 해와 달을 부르기 위해 수탉을 보냈더니 드디어 해와 달이 나왔다는 묘족의 신화는 왠지 우리와 무관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생활 풍습은 달랐을지 몰라도 소수민족들의 신화와 생활모습은 인간의 원초적인 상상력과 생명력을 속삭여준다. 오래지 않아 사라질지도 모를 소수민족들의 노래와 신화에는 지금은 원형을 찾기 어려운 옛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

에두아르 쉬레/ 진형준 / 사문난적

2009.07.02 / 504쪽 / 25,000원

인도의 수많은 인종을 묶어 오늘날까지 하나의 영혼 속에 살아 숨 쉬게 만든 것은 3000년 전 크리슈나가 창시한 힌두교였다. 크리슈나 이외에도 민족의 종교를 창조한 인물로는 라마, 헤르메스, 조로아스터, 모세, 오르페우스, 모하메드 등이 있다. 베다 시인들은 후대의 어떤 시인들도 넘보기 힘든 위대한 노래를 남겼다. 하지만 시와 예술만이 아니라 문명에 속하는 거의 모든 지혜와 원리가 종교의 품안에서 나왔다. 8000년 전부터 불과 몇 세기 전까지 인류의 정신적 진보는 승려와 사제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영적 선지자들의 종교적 체험을 소설적인 필체로 그려내는 대중 교양서이다. 120년 전에 처음 발표되었지만 아직도 문장들이 젊게 살아 있어 고전적인 저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형태의 종교들이 하나의 원리로 수렴하고 모든 선지자들이 서로의 가르침을 확증하는 관계에 있다는 관점에서 종교의 여명기에서 예수까지의 역사를 서술한다. 그것은 모든 종교를 관통하는 진리를 찾는 과정이고, 종교를 통해 인류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공통된 정신적 흐름을 구하는 과정이다. 인류 전체, 따라서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신비주의이다. 여기서 신비주의는 영혼이 우주의 비밀을 여는 열쇠이자 초월적인 세계의 일부라는 믿음을 말한다. 이런 믿음을 비웃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지만, 이른바 웰빙에 대한 관심은 영혼에 대한 관심으로, 영혼에 대한 관심은 영성에 대한 관심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긴 수명의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 추천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청와대 vs 백악관

박찬수 / 개마고원

2009.07.03 / 280쪽 / 13,000원

한국에서 가장 권력이 센 곳은 당연히 청와대이다. 그리고 미국, 아니 세계를 움직이는 곳은 백악관이다. 1950년대 냉전과 핵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대통령의 결정이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연구하는 대통령학이 생겨나 많은 업적을 쌓아왔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대통령의 정책결정 과정과 청와대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VS 백악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책이다. 네 차례의 한국대선과 두 차례의 미국대선을 취재했으며 2년간 청와대 출입기자로, 이후 3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청와대와 백악관을 현장에서 살펴본 베타랑 정치 전문기자가 쓴 이 책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청와대와 백악관에 대한 궁금증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해소해주는 유익하면서도 읽는 재미가 쏠쏠해 피서용으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이 책은 항상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청와대와 치밀한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난 백악관의 차이를 대비하면서도 권력의 속성 때문에 두 권력기관에 공통점도 아주 많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요즈음 올바른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올바른 사람을 쓰고 올바른 정보를 수집하는 스마트 파워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와 세계의 최고 권력기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미래건설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 추천자 :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

윤종록 / 생각의나무

2009.07.07 / 160쪽 / 12,000원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더불어 세상은 급속하게 달라지고 있다. 저자는 사고방식을 송두리째 바꿔야만 디지털 기술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라는 책 제목이 저자의 의도를 잘 말해주고 있다. ‘호모디지쿠스’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인간형을 뜻하는 말이다. 저자는 지금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는지를 찬찬히 설명해 주고 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전례 없이 급격한 변화의 흐름에 휩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의 추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낙오자가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호모디지쿠스로의 진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민족이 호모디지쿠스의 자질을 농후하게 갖고 있다는 저자의 견해다. 한 예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게임이 유달리 활발한 이유를 남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남들과 같은 울타리 안에서 안도하는 기질에서 찾고 있다. 또한 24개의 자모로 어떤 소리나 느낌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이상적인 문자라고 말한다. 이 책은 어느 누구나 읽기 쉽게 평이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가끔 전문적 용어가 등장하지만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책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 적절한 예들은 읽는 즐거움을 더 크게 만들어준다. 모두가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추천자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사회의 재창조

조너선 색스/ 서대경 / 말글빛냄

2009.06.15 / 519쪽 / 22,000원

사회란 무엇일까? 생존에 긴요한 것이어서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고 여겨지는 공기나 물처럼, 인류는 자신이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의 존재 가치에 너무나 무심해 왔다. 그러한 경향은 다채로움을 더해가는 현대사회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세계가 날로 복잡성을 더하고 있건만, 사회에 대한 관념은 다인종, 다문화 상황을 인정하는 상식적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바탕으로 쓴 『사회의 재창조』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기술발달, 도덕성 상실, 가족 붕괴, 탈국가화 등이 진행 중인 현 시대상황이 진술되어 있고, 2부에서는 새로운 사회구성을 위한 이론적 원리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3부에서는 차이와 존중을 지향하는 확장된 공동체 정신에 입각한 사회질서의 재구성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영연방 유대교단의 최고 지도자로 종교 부문의 노벨상에 해당하는 그라베마이어 상을 위시한 수많은 수상경력과 작위를 수여받은 저자 색스에 대한 소개는 더 이상 불필요하리라 본다. 랍비 서품을 받은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오늘날 사회를 잠시 들려 머물고 가는 별장이나 호텔에 비유하면서, 미래 사회는 인류가 정을 붙이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고향’이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지금의 사회는 시장과 국가라는 두 가지 거대 기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고향으로서의 사회에는 공공성, 특히 그 정신적 차원에 해당하는 공공적 도덕성이 내재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으로, 대통령의 재산헌납을 계기로 나눔과 존중이라는 도덕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산되어가는 우리의 시대 상황과 부합된다고 생각하여 일독을 적극 권장한다.

- 추천자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기후, 예고된 재앙

디디에 오글뤼스텐느 외/ 박수현 / 알마

2009.07.07 / 160쪽 / 11,000원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 국(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겠다”며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동참을 강조했다. 이것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구의 과제가 됐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산업화된 문명을 지탱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화석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기후 변화의 원인임을 부정할 이는 많지 않다. 이 책은 온실효과를 현재진행형으로, 즉 기후 변화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동시에 어떤 경우엔 연구의 불확실성이나 과학적 논쟁까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저자들의 의도와 관련돼 있다. 저자들은 급변하는 지구의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의사결정이 시민적 수준에서 내려져야 한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과학적 논쟁이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믿는다. 과학적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정치적인 문제를 초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것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기초, 기후 변화가 초래할 결과의 진단, 그리고 기후 변화의 사회경제적 맥락에 집중한다.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하지만 결과들을 수량화하는 데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사실도 솔직히 공개했다. 과학에서는 ‘사실’이 중요하다. 독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사실에 접근해 사회적 의사결정의 구도와 기후 변화 책임의 문제를 이해하는 태도를 기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추천자 :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위원)

이미지 시대의 역사 기억

남수영 / 새물결

2009.05.29 / 272쪽 / 17,000원

그동안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는 기록물로 보통 인식되는 것이 상례였다. 어떤 지역의 삶과 사람들, 어떤 사건의 객관적 사실들, 어떤 일이나 사고, 혹은 전쟁이 일어난 현장들을 생생하게 있는 그대로 담는 다큐멘터리는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지려던 사건을 다시 상기시키거나, 가보지 않은 어느 곳의 실상을 전달하는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아왔다. 특히 2차 대전 당시를 비롯한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포탄이 쏟아지는 현장에서 그 기록을 담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까를 늘 상기시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는 팀을 매우 존경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을 발휘했다. 그런데 이 책은 다큐멘터리의 존재 가치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망하고 있어 흥미롭다.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인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 다큐멘터리라는 과거의 시각과 달리 필자는 다큐멘터리 역시 이미지의 한 형태로서 그것은 사건과 우리의 현재 및 미래를 잇는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는 무엇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를 들어 21세기 초 가장 충격적이었던 세계무역센터의 붕괴 사건이 있었다. 우리가 거듭 반복해서 보게 된 그 사건 현장 다큐멘터리는 사건 배후에 있는, 폭력으로밖에 스스로를 표현할 수 없는 소외집단의 만행을 빈곤하게 반복한다. 상기해 보자면 이것이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의 박제된 이미지였다. 하지만 필자는 그 다큐멘터리 영상의 이미지는 일어난 사실을 증명하는 무엇이 아니라 우리 인식 안에서는 적어도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면서 이를 미래를 향한 새로운 의미 창출로 연결하는 창조적 반복의 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이 태어나는 이 과정은 시간의 직선적 흐름에 순응하지 않는 우리의 창조적 상상과 연결되어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연다. 중요한 다큐멘터리 몇 편을 이런 시각에서 조망하고 있는 이 책은 한 마디로 신선하다.

-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

앨리스 스타인바흐/ 김희진 / 웅진지식하우스

2009.07.08 / 412쪽 / 13,800원

앨리스 스타인바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신문기자 출신의 50대 미국작가다. 국내에도 『앨리스, 30년만의 휴가(Without Reservation)』라는 책으로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스타인바흐는 이번 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전작(前作)은 오랜 기자 생활 중에 맞이한 안식년 동안 유럽을 체험한 초보 단계의 여행기 내지는 자기 탐사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작심하고 언론사를 그만 두고서 전문 저술가로 나서 낸 첫 책이다. “그 때 나는 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저자의 이 말은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50을 넘긴 저자는 어려서 꿈꾸었던 것들을 다시 찾아 나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깊이 있는 여행체험서임과 동시에 저자가 가지 못한 길을 ‘잠시 동안이나마’ 되돌아보는 시간여행서이다. 저자는 프랑스 요리학교 리츠 에스코피에의 요리강좌에 등록하고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양치기 개 조련법을 배운다. 이탈리아 피렌체로 건너간 앨리스는 예술 강좌를 듣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제인 오스틴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 이어 일본에서는 전통 춤과 다도(茶道)를 배우고 프랑스 아비뇽에서는 정원 손질을 배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렌다. 그렇다고 그가 요리사가 되려는 것도, 개 조련사가 되려는 것도, 정원사가 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앨리스는 이런 식의 여행을 시도한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나는 그보다 내가 무엇을 배우기 위해 떠났고, 또 어떤 깨달음을 갖고 돌아왔는지를 말하고 싶다.” 여행하면서 경치만 보지 말고 사람을 만나라고 했다. 이 책은 사람만 만나지 말고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삶을 배우라고 말한다. 여행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기자)

침대 밑 그림 여행

권재원 글, 그림 / 창비

2009.07.01 / 44쪽 / 10,000원

화가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화가가 색과 선으로 창조한 가상 세계에 관객이 참여하는 행위이다. 즉, 화가가 창조한 상상 세계를 관객이 만나는 일인 것이다. 비단 그림만이 아니라 문학, 음악, 영화, 연극 할 것 없이 예술 감상 행위라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에 독자 또는 관객이 동참하는 행위일 것이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고양시키고 삶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침대 밑 그림여행』은 예술 감상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그림이는 소방관 복장을 하고 놀고 있다. 혼자 상상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마침 빨간 불자동차가 나타나 앵앵 소리를 내며 침대 밑으로 들어가고, 불자동차를 따라 그림이는 침대 밑으로 들어간다. 그랬더니 침대 밑에는 그야말로 놀라운 세계가 펼쳐져 있다. 난생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이 하나씩 나타나는 것이다. 그림이는 이들에게 불자동차를 보았느냐고 물으며 이상한 여행을 계속한다. 그런데 이때 그림이가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마르크 샤갈, 페르난도 보테로,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빈센트 반 고흐, 조르조 데 키리코, 오귀스트 로댕, 윤두서, 에드바르 뭉크, 호안 미로, 앙리 마티스 등의 작품 속 인물인 것이다. 그림이는 이들과 만나 묻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함께 춤도 추면서 다양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가 한참 만에 그림이는 불자동차를 찾아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오는데, 그곳이 바로 맨 처음에 자신이 침대 밑으로 들어갔던 그 장소인 것이다.

이 책은 예술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작가와 독자, 예술가와 관객의 만남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앨리스가 흰 토끼를 따라가서 놀라운 세계를 경험했듯이 이 책의 주인공 그림이는 불자동차를 따라가서 놀랍고 새로운 미술 세계를 경험한다. 독자인 우리는 그림이와 함께 여행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예술 감상은 곧 꿈같이 매혹적인 상상 여행이라는 것을 이 책은 잘 느끼게 해준다. 만화 풍의 그림과 아주 다른 스타일의 다양한 작품들이 한 권의 책에서 멋진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본문 뒤에는 ‘그림이 신문’난을 두어 독자가 화가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게 한 것도 흥미롭다.

- 추천자 : 이상교, 엄혜숙(아동문학가, 아동도서 연구가)

 

 

출처 : 한국 간행물 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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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동양 여성철학 에세이

2009. 7. 23. 14:47 | Posted by 여성학도서관 오호호
▲ <동양 여성철학 에세이>(김세서리아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프레시안
한국 여성의 주체되기가 어려운 이유!

"라라랄라~ 달려가는 여성시대!"로 시작하는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너무도 '안' 생긴 개그우먼이 자신을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지향하는 여성학자라고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남성처럼 수염을 길게 하고 나온 그 개그우먼이 "여자들은 왜 (…) 못하게 합니까? 저는 적극적인 여성이므로 당연히 (…)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외치면, 다른 패널들이 "에이~, 다른 여성들은 다 하는데!"라고 놀리고 그녀가 풀죽은 모습을 하면 끝나는 개그였다.

이 개그를 한때 유행했던 "생각대로 T!"라는 광고와 연결해 생각해보면, 현대인들은 뭐든 생각대로 이룰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여성들 또한 생각대로 남녀차별 없는 세상에서 진취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쫓아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늘 그렇듯 '안'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단서 조항도 그렇지만, 그 개그우먼처럼 남성에 가까움을 보여줄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자기 뜻대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들은 보통 이렇게 여성이 미를 한껏 뽐내거나 남성다움을 보여줘야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들을 두고 서구 근대 사상에 내재해 있는 문제점, 즉 이분법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이성(남근)중심주의에 따른 여성 억압적 태도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란, 대립적 관계에 서 있는 남성을 뛰어넘어 여성을 여성 그 자체로 드러내줄 상징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 있는 창조적 여성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보다 '우리'를 강조하는 한국적 상황에선 그런 서구적인 방법으론 뭔가 2%로, 아니 어쩌면 98% 부족하다.

한국 여성들의 좌절은 남성과의 대립적 구조보다는 유교 전통의 가족 제도와 연관된, 그 속에선 남자도 일정 정도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전근대적이고 부정적인, 다시 말해 19세기적 삶의 경험들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데서 비롯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동양 여성철학 에세이>(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의 글쓴이 김세서리아 역시 이 점을 강조해,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으며 많은 서구 여성주의 이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성철학은 한국적 사회 현실의 특정한 맥락 안에서 남존여비, 남아선호 사상, 명절증후군 등과 같은 한국 여성의 경험과 사유의 틀을 철학적 사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국 여성 문제점의 한 자락이 유교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한, 유교에 대한 검열 작업이 필수적이며 그래야 우리의 실제 삶과 유리되지 않은 지금, 여기, 나(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를 올바르게 그리고 생생하게 건드릴 수 있다." (195쪽)

현대 사회에서 욕망하는 주체 이미지는?

개인의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에서는 불합리한 전통과 결별하고 자신이 정한 규칙대로 행위하는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을 가장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여기며, 그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을 위한 사회체제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 와중에 급변하는 정보화 사회로의 전환을 눈앞에 두게 되면서, 현대 사회에선 과거의 흉노족처럼 목적에 따라 전 세계를 누비면서도 개인의 자유롭고도 합리적인 선택들을 중요시할 줄 알며 또 스스로 판단하고 새로운 유형의 질서까지도 창조해낼 수 있는, 이른바 '도시 유목민'을 새로운 주체 이미지로 전망하며 그에 따른 사회체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와 그런 상황을 만들고 유지하는 시스템의 영향 아래, 서구 현대의 많은 여성들은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이 되어 과거의 여성 억압적 구조에서 탈피하기를 욕망해왔고, 이제는 가정에서 사회, 자국에서 세계로 그 주된 삶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며 스스로 창조적으로 도전하는 주체가 되기를 욕망하기에 이르렀다. 서구 현대 사회 또한 다양한 요구에 따라 여성들이 자신의 욕망에 따라 진취적이고 능동적으로 사고·행위하며 삶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여건조성에 힘쓰고 있다.

그에 발맞춰 이리가레이·그로츠·브라이도티 등으로 대변되는 서구 3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차이'에 들러붙어 있던 부정적인 의미와 폭력적인 종속화 양식을 일소하는 것임을 주장하며, 새로운 주체 이미지(예를 들면, 유목적 주체) 형성을 통해 그것을 이루고자 한다.

이러한 활동들을 실시간으로 접한 다양한 층의 한국 여성들도 이제는 새로운 주체되기를 욕망하며 차이가 차별화의 근거일 수 없음을 주장하게 되었다. 서구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을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있는 상징어(또는 체계)를 찾듯, 한국의 여성주의자들도 타자지배적이지 않으면서도 여성이 온전한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으며 한국의 여성철학자 김세서리아도 그런 선상에 있다 하겠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녀는 한국적 상황에 맞는 새로운 여성 주체되기의 모델을 찾아 동양의 신화, 유교, 노자철학 속으로의 긴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 다르다.

새로운 주체를 욕망하는 이유 또는 되려면?

한국 여성들 대부분은 태어나면서부터 또는 한때 동등하고 평등한 교육의 기회 가운데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쫒다가도 결혼·출산·수유 앞에선 더욱 심하게 19세기적 삶의 상황과 21세기적 욕망 사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악조건 속에서도 일부 여성들은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유지해 나가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울화병을 키우거나 대체 보상(자식과 남편의 성공 등)을 기대하며 고된 삶을 견디어낸다. 가정을 버릴 순 없으니….

남편을 탓하거나 사회체제를 욕하며 뭔가를 요구해보지만, 여성들 각자의 고통이 줄어드는 느낌은 없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공허함이 밀려와 저항하거나 나름의 돌파구를 찾을라치면 그런 여성들 이름 앞엔 언제나 '나쁜', '못된', '약아빠진' 등의 수식어가, 그녀들 가슴엔 죄의식이 남게 마련이다. 자기 자신을 찾으려는 또는 새로운 주체로 서려는 여성들의 노력이 가족 중 누군가를 희생 제물로 삼거나 가족의 해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아무 노력이나 대가 없이 새로운 의미(상징) 체계나 사고(행동)방식을 형성해낼 순 없을 테니 말이다. 저항(새로운 주체되기)의 끝이 타자를 지배하려거나 해체 그 자체에 머물려는 것이 아니라면 좌절해서도 안 된다. 한국인 각자가 오랜 세월 내면화해온 유교 전통의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을 반성하고 바꾸지 않는 한, 억압 없는 사회체제로의 변화는 물론이고 밝은 미래 사회란 꿈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힘든 가운데서도 '새로운 주체되기'를 욕망한다면, 그럼 이제 새로운 주체 이미지 형성을 위해 과거 동양 철학으로 흔적 찾기 여행을 떠난 김세서리아의 <동양 여성철학 에세이>에 주목해 보자. 이 책에서 글쓴이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소재들을 통해 동양의 전통 안에 보이는 페미니즘적 요소 또는 반페미니즘 요소를 동양철학 그것도 동양의 여성철학자의 관점에서 파헤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말은 곧 글쓴이가 동양 전통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넘어, 여성주의와 연관하여 신화·유교·노자철학 등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함의를 창의적이고 주체적으로 새롭게 읽어낼 것임을 뜻하는데, 여기서 독자들이 새로운 주체되기의 이미지를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주체되기를 향한 흔적 찾기 여행

첫 여행지인 동양의 '신화'에서 글쓴이는 '항아'를 비롯한 동양 여신과 '여와', 영웅들의 처녀 어머니들 이야기를 통해, 주체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나쁘지만은 않으며 한국 여성들도 그 자체로 긍정적인 창조적이면서도 독립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창출해낼 수 있음을 역설한다. 이 순간 허구로만 여겨져 오던 신화가 한국 여성들의 새로운 사고(행동)방식 모델로 되살아나게 된다.

다음 여행지는 음양 개념의 유래사로, 이곳에서 새로운 주체되기를 위한 흔적 찾기 여행의 절정이 이루어진다. 비로소 한국 남녀 차별화의 근거개념인 음양 개념이 처음부터 남존여비라는 가치 개념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었음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글쓴이에 따르면, 고대 중국에선 존재론적 개념으로만 사용되던 음양 개념이 가치 개념으로 바뀌어 남존여비의 관념으로 고착화된 것은 한, 송 대이다. 그러니 더 이상 한 시대에 국한된 음양 개념을 근거로 차이를 차별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유컨대, 얼짱·몸짱을 기준으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평가할 수 없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로써 생명을 창출하는 원리이자 우주를 구성하는 음양 관계가 지금 우리가 생각하듯 모순이나 대립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는 혹은 서로를 있게 하는 존재 원리이며 음과 양은 서로 다른 성질(차이)을 지니지만 서로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글쓴이는 남녀차이뿐만 아니라 여성들 간의 차이까지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차이를 가지면서도 둘 간의 차이(틈) 안에 무수히 많은 사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이해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이 개발이 곧 차이의 인정과 그 안에서의 연대, 융화, 총화를 고려하게 하는 것임을 역설한다.

제도화된 어머니를 넘어서

'어머니'라는 여행 종착지에 다다르면서 글쓴이의 목소리는 좀 더 권고적으로 바뀐다. 여기서 글쓴이는 유가 인간 본성론에 따를 경우, 여성은 도덕 주체(군자나 성인)가 될 아들과 남편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해야하는 조력자에 불과하지만, 한국 여성들이 "임신, 출산, 수유라는 생물학적 측면과 자녀 양육이라는 사회적 역할, 자애롭고 희생적인 품성 등을 여성의 중요한 자질로 강조해온 제도화된 모성"에 갇힐 필요 없다고 역설한다.

특히 유교적 여성 정체성의 내면화가 혈연애에 매몰되어 '우리'라는 핑계를 대고 '나' 중심적인 행위를 산출하는 '아줌마'를 양산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인간에게 유의미한 유교의 가르침에 따라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과 부단한 자기개발의 의지와 힘을 산출할 것을 촉구한다. 글쓴이는 이를 위해 하나의 방법으로, 한국 여성들이 인간의 몸과 그에서 비롯된 욕망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양명학 또는 주체적 실천을 존중하는 태주학파 등의 사상을 잘 활용하여 바람직한 몸 가꾸기, 좋은 욕망 길들이기에 성공하기를 권유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여성들 사이에 스스로의 교환과 소통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나갈 수 있는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라도 입양·대안가족·공동체 가족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열린 마음으로 가족 개념을 이해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노자철학이 자연을 살아 있는 존재 또는 생명을 키워내는 근원지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사회법칙이나 문명에 대한 비판적 무기로 활용될 수 있지만, 노자철학을 통한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 표하기는 자칫 여성을 다시 한 번 가족 내 희생자로 만들 수 있는 억압의 원천일 수도 있음을 상기시키며, 노자철학이라는 상징체계에서 찾아야 할 것은 "높으면 누르고 낮으면 들어올리며, 남으면 덜어내고 모자라면 보태준다로 수렴되는 자연의 원칙을 이해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나도 타자들도 자유로울 수 있게 하는 주체되기를 욕망하며….

'철학자의 서재'는 <프레시안>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서평 연재입니다. 매주 주말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철학자들이 심사숙고해 선정한 책을, 철학자가 직접 심혈을 기울여 쓴 서평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신정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30617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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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변화’ 책 속에서 감지한다

2009. 6. 30. 10:10 | Posted by 여성학도서관 오호호

여성주간 특집
‘가족의 변화’ 책 속에서 감지한다
책으로 읽는 다양한 가족 이야기

특별한 손님
안나레나 맥아피·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베틀북(프뢰벨)

앤서니 브라운이 그림을 그린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족 이야기.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아닌, 선택적으로 맺어지는 가족의 이야기 속에 새로운 가족 관계를 맺으며 더욱 성숙해지는 아이의 모습을 담았다. 낯선 손님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혼란스러워 하는 아이의 내면 변화가 탁월하게 묘사됐다. 풍성한 이야기가 담긴 그림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앤서니 브라운의 탁월한 감각이 돋보이는 그림책.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전윤호/ 함께읽는책

2008년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특별한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소설로 다시 쓴 책. 신민아와 공효진이 이복자매로 나와 더 큰 관심을 끌었던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모습이 존재할 수 있음을 거부감 없이 건강한 그림으로 그려내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영화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부지영씨의 시나리오에 예민한 촉수를 가진 시인 전윤호의 감성적이고 세심한 손길이 더해졌다.

가족 판타지
김별아/ 북스캔

소설 ‘미실’의 작가 김별아가 쓴 가족 이야기. 날카로운 문체로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족 판타지’란 가족 관계가, 그리고 전통적 가족의 범위를 벗어난 확장된 관계로서의 가족이 인류애와 박애주의로 연대하는 것이다. 내일에 저당 잡히지 않은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 혼자서도 행복하고, 헤어져도 행복하고, 다시 만나서도 행복하고, 상처와 장애와 실패와 절망 속에서마저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저자가 희망하는 가족 판타지라고 말한다.

나쁜 피
김이설/ 민음사

과거 한국문학이 그려온 전통적인 가족의 단상을 뛰어넘어 오늘날의 가족이 어떤 의미를 함의하는지 진지하게 조명한 작품. 결핍을 타고난 화숙, 미완의 모성을 품은 진순, 부모와 함께 언어를 잃은 혜주, 세 명의 여자가 이루는 인공 가족의 모습에서 핏줄과 성과 가부장을 넘어서서 새롭게 구축되어 가는 21세기형 가족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박완서/ 세계사

불혹의 나이에 문단에 등단한 박완서 작가의 소설. 전쟁과 가족의 문제를 넘어서 가족의 기원을 다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제공: 인터넷 서점 리브로(www.libro.co.kr)
1037호 [특집/기획] (200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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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_< 2009.09.04 17:35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라는 책도 영화만 먼저 접해보았는데; 신민아씨랑 공효진씨가 나왔던 영화도 괜찮았던 기억이/ 책도 읽어 봐야 겠네요ㅎ

  2. 아 그렇군요. 영화도 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출간]야생사과

2009. 6. 3. 09:29 | Posted by 여성학도서관 오호호

생에 대한 반성으로 여성으로서 자기 정체성 찾아가는 과정 표현
나희덕 시인, 5년 만에 새 시집 ‘야생사과’ 출간
“이전에 삶이란 과거가 만들어낸, 견뎌야 할 어떤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과거가 미래를 만들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들뢰즈의 말처럼, 기억의 되새김질보다 생성의 순간에 몸을 맡기고 싶다. 오늘도 봄 그늘에 앉아 기다린다, 또 다른 나를.(‘시인의 말’ 중에서)”
생에 대한 단단한 반성과 성찰을 이끌어내는 시인, 나희덕의 시집 ‘야생사과’(창비)가 5년 만에 나왔다. 그가 ‘시인의 말’을 통해 밝힌 대로 상처와 고통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왔던 그의 시선은 좀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 ‘야생사과’를 통해 자신에게 야생사과를 건네준 사람들이 사라진 수평선에서 등 뒤에 서있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대화’를 통해 자기 속의 자벌레는 타인 속의 무당벌레에게  말을 건네 대화를 시도한다.

무엇보다 시인은 이번 시들을 두고 ‘여성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제가 페미니즘적인 기조를 밖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많은 시들이 가부장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경계를 넘는 여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죠.”
이는 “내 안의 물기가 거의 말라갈 무렵 낯선 땅에서 물의 출구를 발견한 셈이다. 무수한 나를 흘려보내는 것이 첫 물줄기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었다”는 작가의 말과도 연관된다. ‘누가 내 이름을’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에서는 가부장적인 세계로부터 독립해 경계 너머의 삶을 지향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아냈다. 특히 ‘분홍신을 신고’에서 시인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시간을 벗어나 어디론가 갈 수 있다고 노래한다. 오랫동안 자신을 붙잡아두었던 분홍신을 벗고 경계를 넘어서 나아가는 결연한 의지와 함께.

“나는 이제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강물이 둑을 넘어 흘러내리듯/ 내 속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려나와요/ 실들이 뒤엉키고 길들이 뒤엉키고/ 이 도시가 나를 잡으려고 도끼를 달려와도/ 이제 춤을 멈출 수가 없어요/ 내 발에 신겨진, 그러나 잠들어있던/ 분홍신 때문에/ 그 잠이 너무도 길었기 때문에.(‘분홍신을 신고’ 부분)”
두 남매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 ‘안개 속의 풍경’의 일부를 인용한 ‘우리는 낙엽처럼’에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근원,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나희덕 시인은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우리 여정은 암담해 보이지만 그럴 때조차 시에서는 아버지란 존재를 빼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마치 현대사에서 좋은 지도자를 찾고자 하지만 가도 가도 안개가 걷히지 않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스스로 강을 건너야 함을 알려주듯이 말이다.

“이제 우리는 강을 건너요/ 한 조각 배를 타고/ 그것이 삶과 죽음의 경계인 줄도 모른 채/ 조금만 기다리세요/ 다 왔어요.(‘우리는 낙엽처럼’ 부분)”
나희덕 시인은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착학과 교수로 8년째 재직 중이다.
1033호 [북리뷰] (2009-05-29)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nin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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